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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AI의 하반전 — 두 사람의 토론 ​

두 인물이 토론을 나눴습니다.

야오순위(姚顺雨). 텐센트 수석 AI 과학자(Chief AI Scientist)입니다. AI 연구의 금맥이라 할 수 있는 ReAct 프레임워크를 만든 인물로, OpenAI에 있다가 2024년 텐센트로 옮겼습니다. 프린스턴 박사 출신에 전형적인 학계-산업계 커리어를 밟았지만, 발언을 보면 "연구자"보다는 "제품을 이해하는 과학자"에 더 가깝습니다.

탕다오셩(汤道生). 텐센트 그룹 수석 부사장(SVP)이자 CSIG(Cloud & Smart Industries Group) 총책임자입니다. 텐센트의 B2B 사업 전체를 이끌며, 기술보다는 제품과 비즈니스의 언어로 말합니다.

2026년 텐센트 클라우드 AI 산업 응용 컨퍼런스에서 이 둘이 공개 대담을 나눴습니다. 주제는 "텐센트 AI의 하반전". 야오순위가 텐센트에 입사한 후 첫 공식 대외 발언이라 업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위챗 공식계정 "超角度"가 이 대담을 정리했고, 그 전문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분석을 덧붙여봅니다.


토론 전문 ​

1. "왜 텐센트였나": 야오순위의 선택 ​

탕다오셩: 먼저 환영합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텐데, 왜 텐센트를 선택하셨나요?

야오순위: 사실 제가 느끼기에, 현재 AI의 상반전과 하반전이 좀 다릅니다. 상반전에 핵심 질문이 뭐였냐면 — "지금 이 기술이 대체 되는 거야?" 하는 것이었죠. 많은 회사들, 연구자들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했고, 혹은 '이게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근데 하반전은 뭐가 다르냐면, 저는 좋은 방법을 찾는 것보다 좋은 문제를 찾는 게 더 중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왜냐면 방법론이라는 건 이미 상당히 수렴했거든요. 우리가 사전학습(pre-training) 잘하고, 사후학습(post-training) 잘하고, 추론(inference) 잘하면 — 방법은 이미 거기 있어요. 핵심은 "그래서 뭘 하느냐"입니다.

제가 텐센트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해요. 텐센트에는 풀어야 할 좋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풍부한 시나리오가 있고, 방대한 사용자가 있고, 그 속에서 진짜 가치 있는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환경이요.

2. AI의 "하반전"이란 무엇인가 ​

야오순위: 하반전의 핵심이 뭐냐면, 이전에는 모델 하나 만들면 끝이었어요. 좋은 벤치마크 점수 받으면 논문 쓰고 끝. 근데 지금은 다릅니다. 모델을 만들어서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이 하반전에서 흥미로운 건 — 멀티모달(다중감각), 에이전트(자율행동 AI), 이런 것들이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점이에요. 코딩 에이전트가 요즘 핫하긴 한데, 그건 하나의 작은 시작일 뿐이고, 진짜 큰 그림은 훨씬 더 넓습니다.

3. 컨텍스트(맥락)가 곧 경쟁력이다 ​

야오순위: 제가 한 가지 핵심 관점을 말씀드릴게요. 지금 모델들이 점점 잘하게 되는 건 뭐냐면, 복잡한 입력을 받아서 좋은 출력으로 바꾸는 능력이에요. 길고 복잡한 컨텍스트를 줘도 이걸 처리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거죠.

그러면 경쟁의 핵심은 어디로 가냐? 누가 더 좋은 입력(컨텍스트)을 가지고 있느냐로 갑니다. 당신이 이 사용자에 대해, 이 기업에 대해, 이 상황에 대해 얼마나 풍부한 맥락을 가지고 있느냐 — 그게 모트(해자, 경쟁우위)가 되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AI 모델은 누구나 좋은 걸 만들 수 있게 될 거다. 그런데 "그 모델에 뭘 넣어주느냐" — 즉 데이터와 맥락 — 그건 아무나 못 갖는다. 텐센트는 위챗, QQ, 게임, 클라우드 등 수십억 유저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이게 바로 경쟁우위라는 논리다.

4. 텐센트의 문화: 신뢰 기반, 낮은 에고 ​

야오순위: 제가 텐센트에 와서 느낀 건, 여기가 신뢰 기반(trust-based) 조직이라는 거예요. 메트릭(지표) 기반이 아니라. 뭔 말이냐면, "이번 분기에 벤치마크 몇 점 올려라"가 아니라 "네가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해봐"라는 식이거든요.

그리고 에고(ego)가 낮아요. 이건 AI 연구에서 엄청 중요한데, 왜냐면 AI는 장기전이거든요. 에고가 세면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되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벤치마크 치팅 같은 짓을 하게 되거든요. 텐센트는 그런 게 적다고 느꼈어요.

탕다오셩: 사실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건 아닌데... (웃음) 원래 좀 그런 문화인 것 같아요.

5. AI의 세 기둥: 기반, 제품, 프론티어 ​

야오순위: 저는 AI를 세 가지 축으로 봅니다:

  1. 기반(Foundation) — 사전학습, 사후학습, 추론 인프라. 모델의 뼈대.
  2. 제품(Product) — 실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 원바오(元宝), IMA, 워크버디(WorkBuddy), 코드버디(CodeBuddy) 같은 것들.
  3. 프론티어(Frontier) — 아직 아무도 안 해본 탐험 영역. 멀티모달, 구현 지능(embodied intelligence), 세계 모델 같은 것들.

이 세 축이 균형 잡힌 삼각형을 이뤄야 해요. 기반만 강하면 학술 연구소고, 제품만 강하면 엔지니어링 회사지 혁신은 못 하고, 프론티어만 하면 몽상가죠.

6. Co-design (모델 × 제품의 공동 설계) ​

탕다오셩: 그럼 모델팀과 제품팀이 어떻게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야오순위: Co-design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모델이 일단 되어야 합니다. 모델이 60점짜리인데 제품이랑 co-design 한다? 안 됩니다. 모델이 기본기가 갖춰진 상태에서야 의미 있는 협업이 가능해요.

둘째, 올바른 평가(eval) 방법론이 있어야 합니다. 중국 AI 커뮤니티의 고질병 중 하나가 벤치마크 추격이에요. "남이 저 벤치마크에서 1등 했으니까 우리도 저기서 이겨야 해!" — 이건 아무 의미 없어요. 진짜 평가는 실제 사용자 데이터에서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프리뷰 모델을 먼저 릴리스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 실사용 피드백을 받으려고.

셋째, 모델팀과 제품팀 사이에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제품팀이 "이 모델 안 되는데요?" 하면 모델팀이 방어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디가 안 되는지 데이터 보여주세요" 하고 같이 파야 해요.

7. 데이터 분류학과 제품 생태계의 힘 ​

야오순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데이터 문제가 훨씬 복잡해요. 예를 들어 코딩 에이전트를 만든다고 합시다. 코딩만 잘하면 될 것 같죠? 아니에요. 이 에이전트는 대화도 해야 하고, 검색도 해야 하고, 지시를 따르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추론도 해야 합니다.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복합적인 데이터 분류 체계(taxonomy)가 필요한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텐센트의 장점이 나옵니다. 우리는 원바오(범용 AI 어시스턴트), IMA(지식 관리), 워크버디(업무 도구), 코드버디(개발 도구) 등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있어요. 이 제품들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서로 보완이 됩니다. 코드버디에서 배운 추론 능력이 워크버디의 작업 처리에 도움이 되고, 원바오에서 배운 대화 능력이 코드버디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는 거죠.

8. AI 시대 제품의 근본적 변화 ​

탕다오셩: (야오순위의 질문에 답하며) 제품의 본질은 안 변했어요.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 이건 AI 전이나 후나 같습니다.

근데 뭐가 변했냐면, 제품을 만드는 패러다임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제품이 뭐였냐면 — 정해진 메뉴판이었어요. 사용자가 A 기능을 누르면 A가 나오고, B를 누르면 B가 나오고. 개발자가 미리 모든 경로를 설계해놨죠.

AI 시대의 제품은 다릅니다. 개방형 서비스예요. 사용자가 뭘 원하는지 미리 다 정의할 수 없어요. 모델이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상황에 맞게 응답을 만들어내야 해요. 이건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 철학입니다.

예를 들면, 예전 검색 엔진은 "키워드 → 링크 10개"였죠. 지금 AI 검색은 "질문 → 종합된 답변"이에요.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검색"인데, 제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설계 철학이 필요한 거예요.

9. 세상은 더 다원화될 것이다 ​

야오순위: 미래가 더 단일해질까요, 더 다원화될까요? 저는 확실히 더 다원화될 거라고 봅니다.

ChatGPT 하나가 세상을 지배하고, Claude Code 하나가 개발을 지배하는 — 그런 세상은 안 옵니다. 왜냐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요. 코딩 에이전트의 생산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건 맞아요, 그건 이제 막 시작된 거고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아직 수조 달러(trillions of dollars) 규모의 시장이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고, 멀티모달 지능, 구현 지능(embodied intelligence) 등 수많은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거나 이제 막 벌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10. 하반전의 자세: "Be Real" ​

야오순위: 그래서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하반전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좀 느린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물론 과거에 이 모델이나 제품 쪽에서 많은 탐색을 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저는 이게 정상이라고 봐요. 처음 하는 일이니까 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더 중요한 건 —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Be real 할 수 있느냐. 피드백을 보고 변화할 수 있느냐, 인내심을 가지고 갈 수 있느냐. 이 하반전에서는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일이 될 겁니다.

탕다오셩: 맞아요. 텐센트에 대해서, 사람들이 종종 특정 부분을 꼬집어서 비판하잖아요. 물론 우리도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해주시는 건 환영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매우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고, 많은 제품이 많은 트랙에서 동시에 달리고 있고, 많은 팀들이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조직 안에서, 어떤 곳은 빠르고, 어떤 곳은 느리고, 어떤 곳은 실패하며 탐색 중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알림들은 다 좋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건 장거리 달리기이고, 마라톤이에요. 텐센트에는 매우 풍부한 시나리오가 있고,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AI는 context가 필요하잖아요. 텐센트가 수년에 걸쳐 다양한 제품들, 다양한 트랙에서 쌓아온 것들, 이것들은 모두 각 시나리오에 맞게 모델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context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장거리 달리기 속에서, 모델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사용자의 니즈도 계속 변할 것이고, 새로운 제품 형태도 계속 나타날 겁니다.

올해 초 대하(龙虾, AI 대화형 제품) 트렌드에도 비교적 빠르게 대응했고, 동시에 워크버디(WorkBuddy) 같은 지능형 제품도 있는데, 사실 이건 몇 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제품이에요. 코딩 쪽의 코드버디(CodeBuddy)도 점점 비개발자들도 강한 수요가 있다는 걸 보게 됐고, 우리도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어요.

오늘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우리의 다양한 제품들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데 대한 매우 높은 기대가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 중이니까, 여러분이 많이 일깨워주시고, 건의해주시고, 우리 제품을 많이 써서 건설적인(constructive) 피드백을 주세요.

좋습니다. 오늘 대담은 여기까지입니다. 순위 씨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나의 생각 ​

이 대담을 읽으면서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 "좋은 문제를 찾는 게 더 어렵다"는 선언 ​

야오순위가 말하는 "하반전"의 정의가 명확합니다. 상반전은 "이 기술이 되느냐"를 증명하는 시기였고, 하반전은 "이걸로 뭘 하느냐"를 정의하는 시기입니다. 방법론이 수렴했다는 판단은 업계에서 체감되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Transformer 아키텍처는 사실상 표준이 됐고, 스케일링은 돈 문제가 됐습니다. 남은 건 "어떤 문제에 이걸 갖다 쓸 것이냐"이며, 이건 기술력보다 문제 정의 능력과 시나리오 접근성의 싸움입니다.

2. 컨텍스트 = 해자(moat)라는 프레임 ​

모델 성능이 점점 평준화되고 있다는 건 업계 전반에서 체감되는 흐름입니다. 차이를 만드는 건 "그 모델에 뭘 넣어줄 수 있느냐"입니다. 텐센트의 강점은 위챗 생태계, 게임, 클라우드, 영상통화, 음악 등에서 나오는 방대한 멀티모달 컨텍스트입니다. 이건 OpenAI가 아무리 좋은 모델을 만들어도 대체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체 시나리오가 없는 AI 스타트업은 장기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Be Real"이라는 한 마디의 무게 ​

솔직히 중국 AI 업계에서 이 말이 나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벤치마크 치팅, 과장 마케팅, MMLU 점수 쇼잉이 일상인 환경에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공개 석상에서 말한다는 건 상당한 자신감입니다. 야오순위가 이걸 말할 수 있는 건 ReAct라는 확실한 트랙레코드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메시지가 조직 내부에 전파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4. Co-design의 세 전제조건: 한국 기업 적용 가능성 ​

"모델이 기본은 되어야 하고, 평가 방법론이 올바라야 하고, 팀 간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건 텐센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 기업의 AI 프로젝트 상당수가 실패하는 이유도 정확히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빠져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델이 60점인데 제품화를 밀어붙이거나, KPI에 맞춰 벤치마크만 쫓거나, 모델팀과 제품팀이 서로를 탓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5. 텐센트의 진짜 무기: "다양성" ​

야오순위와 탕다오셩이 이 대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건 결국 "우리는 제품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원바오, IMA, 워크버디, 코드버디처럼 다양한 제품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서로를 강화한다는 네트워크 효과 논리입니다. 구글이 검색과 유튜브, 지메일, 안드로이드로 만든 구조와 비슷하지만, 텐센트에는 여기에 위챗이라는, 중국인의 디지털 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슈퍼앱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치며 ​

이 대담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AI의 하반전에서는 모델을 잘 만드는 것보다, 좋은 문제를 찾고 그 문제에 맞는 컨텍스트를 가진 조직이 이깁니다.

야오순위가 OpenAI를 떠나 텐센트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모델을 만드는 곳에서, 세계 최고의 문제를 가진 곳으로 옮긴 셈입니다. 이 판단이 맞는지는 2~3년 후에 알게 되겠지만,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매우 일관된 선택입니다.

실제로 텐센트의 제품들 — 워크버디, 코드버디, MPS, VOD 같은 서비스들 — 을 지켜보면, "컨텍스트가 곧 경쟁력"이라는 명제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점점 더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반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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